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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감성적인,어쿠스틱 기타,몽환적인 보컬

누에 누에 부르는 날ㅡ고순복

03:38 | 12일전

누에 누에 부르는 날ㅡ고순복
절반은 흙이고 절반은 돌인 유유마을에 우리 두 자매가 산다
그 등허리 아홉 마지기에 누에 수억만 마리 기어다니는 뽕나무 심었다
우리는 날마다 깨 벌레가 되었고
굼실굼실 기어다니는 누에들의 어미가 되었다
누에를 먹이느라 뽕밭 뙤약볕을 우리는 들었다 놨다
그러다 지치면 파란하늘 바짝 내려앉은 잠두봉을 무심이 바라본다
우리는 누에를 먹여살리고 누에는 우리를 먹여 살리는
서로의 가장으로
1년에 두세 번 눈 코 뜰 새 없다
오직하면 조상님께 제삿밥 올리는 것도 벅차다고 했을까
유유마을 봄가을엔 누에의 빗소리 집집에 든다
누에 누에 치며 뽕밭 기어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황금 같은 비다
한번은 살고 한번은 죽는 공생의 관계에서
누에는 사람을 위하고 사람은 누에를 위하고
짧은, 아니 한 생의 축제에서 굼실굼실 사는
이보다 더 성스러운 생 또 있을까
잠두봉이 바라보는 해람원 마당에 별 빛 쏟아진다
고라실 뽕밭에 끼니 걱정하는 땀방울 떨어지는 소리다
산비탈 뽕밭 사그락 사그락 먹어대는 부지런한 누에
서방처럼 든든하고 자식처럼 사랑스럽다
마당에 둘러앉은 별빛 같은 내 한숨
토닥이는 해람원 뜨락에
굼실굼실 기어 다니는 누에 천국이다
이보다 더 성스러운 곳 있을까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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