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
뉴에이지,보조적인,일렉 기타,낭송 보컬

말의 칼날

02:10 | 97일전

1.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뜻밖의 한 마디가
마음의 그늘에 서리어
보이지 않는 꽃잎이 시들듯
쓸쓸하게 속삭이듯 아픔을 부르고 있어
눈처럼 녹아버렸다고 했는데
그림자의 여운이 내 안에 살며시
아침 햇살에 번지는 이슬같이 스쳐 간
그 울림이 조용히 내 영혼을 짓누르고 앉아 있는걸
잠시 후면 바람에 흩날릴 속삭임인 줄 알았는데
그게 글자가 되어 마음에 낙인처럼 새겨져
가벼운 입술에서 날아오른 날갯짓이
폭풍우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니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해요
봄바람에 실린 따스한 햇살이 되어
마음의 정원에 피어난 꽃잎에 내려앉아
오래도록 부드러운 사랑의 향기로 머무르게
2.
말은 칼날 위를 걷는 줄타기 같아서
한순간의 날 선 말이
마음을 찢는 고통스러운 외침 소리로
가슴 깊이 흘러가는 말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울림으로
끝없이 울리는 아픔의 노래로 메아리치는걸
그러나 이 날카로운 입술의 이빨도
칼날 위에서 피는 장미처럼
향기로운 미소를 머금은 고귀함이 있어서
사랑으로 칼날을 감싸 안으면
이해라는 꽃이 자태를 뽐내며
말 한마디가 세상을 이끄는 기적이 되거든
3.
나에게서
심장을 찌르는 비수 같은 말들이
기다림을 잊고 튀어나와
말의 틈에 숨어 칼날의 모습을 드러내듯
설익은 열매가 입안에 남기는 떫은맛처럼
익지 않은 말이 한 맺힌 상처를 새겨
온전히 내 혼의 말로 피어날 때
가을바람처럼 휘파람을 불고
흔들림 속에서 잠기지 않은 흙탕물처럼
잔잔해지길 기다리는 것은
생명수의 말이 심장을 잠기게 하니까
먼저 내 마음을 정화하고 목 축이게 하여
고결한 말을 새기듯
흠의 껍질을 혀로 되새기며
나의 넘치는 행복을 흘려보내어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로 전율케 하려고
나는 나로서의 길에 부끄러움 없이 서고
허공을 메우는 울림으로 삶을 노래하며 살다가
말 한마디의 작은 파동이 일어나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니
내 손으로 이룬 것 하나도 없어도
“이 모든 것, 하늘의 뜻이니." 하고 말하련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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